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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저는 뭘 해야 하나요?

내가 환자에게 가장 많는 듣는 질문이다.

" 그럼 저는 뭘 해야 하나요?"

진료 중 예상되는 질병에 대해 설명한 다음 치료 종류와 방향에 대한 설명을 하고 나면 환자들은 나에게 되묻는다.

“ 그럼 저는 뭘 해야 하나요? ”

난 이미 선택할 수 있는 치료 종류와 치료 방향을 충분히 설명했음에도 불구하고...

처음에는 이해가 안 됐다, 나는 주로 근골격계와 신경계를 진료하는 의사다.

물론 근골격계나 신경계도 응급 상황이 있지만, 나의 진료영역에서는 선택할 수 있는 치료 방법들이 다양하다.

 

약물치료, 물리치료, 도수치료, 주사치료, 시술, 수술...

사실 약물치료도 종류가 많고 주사, 시술, 수술도 다양한 종류가 있다.

 

한마디로 같은 질환이더라도, 환자의 증상 정도나 환자가 처한 상황에 따라 치료를 선택할 수 있고,

다양한 시도도 해 볼 수 있다. 그래서 나는 환자에게 질환 설명을 충분히 (할 수 있는 한 “충분”) 한 후, 치료 방향을 제시한다.

환자가 자신의 질병에 대하여 충분히 알고 있어야 그에 맞는 적합한 치료를 선택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즉, 치료 결정의 주체는 환자이고 그 과정을 안내하고 도와주는 것이

의학적 지식을 가진 의사의 역할이라 생각한다.

그런데 진료를 보면 볼수록 현실은 매우 달랐다.

여러 병원을 다녀보다 왔지만, 자신이 가진 질병의 이름만 대충 알았지 (모르는 분도 많고)

대부분의 환자들은 그 병이 나타내는 특성이나 진행, 치료 방향을 모르고 치료받는다.

자신이 가진 질환조차 모른 채로 약을 먹고 주사를 맞고 심지어 시술, 수술까지 하는 환자들도 있었다.

처음에는 그런 환자가 답답했다.

왜 그렇게 자기 병에 대하여 모를까? 왜 궁금해하지 않을까?

(심지어 진료 중에 환자에게 답답함을 표현하기도 했다.)

 

이런 답답함이 느껴지는 것에 대하여 환자 탓을 할 때 내 아내가 오히려 나를 답답하게 보면서

“ 그 이유를 모르는 당신이 더 답답하다 ” 라고 했다...뻥~~~

아내 말은, 우리나라는 아직도 의사 중심의 진료고 사실 의사가 , 환자가이라는 것이다.

짧은 진료로 많은 환자로 봐야 하는 구조이고,

환자들은 지금까지 자신의 질환에 대한 설명을 들을 기회가 많지 않았다는 것이다.

 

간단명료하게 추측되는 질환명만 듣고, 심지어 질환에 대한 설명도 없이 의사의 지시대로 수동적으로 치료를 받다 보니

환자는 의사가 지시하는 무언지 모르는 약을 먹고, 주사를 맞고, 목적 없는 도수치료를 받는다는 것이다.

그런 방식의 진료들이 당연시되어왔고, 진료 과정의 주체가 환자가 아니라 의사.

 

그러니 당연히 여러 가지 치료 방향을 설명하고 제시해도 마지막에는 “ 그럼 저는 뭘 해야 하나요? ” 라고 묻는다는 것이다.

치료에서의 선택이라는 개념은 환자들에게는 익숙하지 않은 개념인 것이다.

 

생각해보니 난 의사로서 병원에 있었지만, 환자가 되어 병원에 갔던 적은 맹장염과 치핵 수술 외에는 없었다.

(맹장염과 치핵 수술은 선택의 여지가 없는 질환...ㅎㅎ) 환자가 자기 치료에 주체적이지 못한 것에 대해 답답하게 생각했던

내가 어리석었다. 나는, 오히려 환자들이 보기에는 치료 결정을 빠르게 내려주지 않는 답답한 의사일 수 있다.

고민을 많이 했다. 지금도 고민 중이다.

 

재원환자 예약시간을 20분 간격 이상으로 잡아도 환자 한 분 한 분의 진료시간이 길어질 때가 많아서

환자들에게 내가 가장 하는 말 중에 하나가 “ 오래 기다리게 해서 죄송합니다 ” 이다.

진료실 담당 막내 직원도 계속 얘기한다. 진료시간 좀 줄여 달라고…

어쩌면 환자들도 낯선 치료의 선택보다는 간단한 설명과 의사가 치료를 정해주는 것을 원하는 것은 아닐까?

오히려 질병과 치료방향에 대한 긴 설명이 환자들에게 혼란을 주는 것은 아닐까?

지시적인 진료 방식이 환자 대기 시간을 줄여 대다수의 환자가 만족할 수 있는 방법은 아닐까? 이런 ​고민이다.

(가끔 뭐가 이렇게 치료가 어렵냐고 짜증 내시는 분들이 있어 중간에 설명을 멈추고, 바로 처방을 내는 경우도있다.)

 

정답은 없다. 옳은 진료 방식과 틀린 진료 방식도 없다.

 

그냥 의사 각각의 스타일이 다를 뿐이다. 그러나 나는 잠정 결론을 냈다.

 

아내가 그러더라.

“ 우리가 애들한테 항상 너희가 가장 마음 편하고, 하고 싶은 선택을 하라고 했듯.

당신이 진료 후 가장 만족스러운 방식을 선택하라고... 환자가 아니라 내가 진료 후 가장 만족스러운 방식대로.. ”

그래서 그냥 난 하던 대로 하려고 한다..ㅋㅋ

글솜씨도 없고, 자주 한글 맞춤법도 틀려 애들한테 놀림 받기도 하는 내가 이렇게 병원 블로그에 진료 이야기를 쓰려고

하는 이유는 바로 내가 하고 있는 고민들을 우리 병원에 오는 환자, 보호자들이 이해해 주고, 나와 진료를 진행하는 동안,

일방적인 관계가 아니라 서로 치료 방향을 논의하고 결정하는 진료의 주체가 되길 바라기 때문이다.

의학이라는 것이 비의료인에게는 다소 어려운 부분일 수도 있지만 옆에서 도와준다면 환자 누구나 자신이 가지고 있는

질환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고, 후에 후회하지 않는 올바른 치료의 선택을 할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경험한 환자와 질환들을 같이 공유하면서 많은 사람들에게 조금이나마 이 블로그로 도움이 되길 바란다.

치료 선택의 주체가 환자 본인이기를 바란다.